초등 사춘기가 끝나기 전에 아이의 자존감 회복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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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에듀 (211.♡.47.66) 조회Hit 975회 작성일Date 19-09-03 23:32본문
초등 사춘기가 끝나기 전에 아이의 자존감 회복 도와주세요
무표정한 초등생과 무기력감에 빠진 명문대생.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김선호(43) 서울 유석초 교사와 박우란(44) 심리클리닉 ‘피안’ 전문상담가 부부는 “자존감 손상”이라고 단언한다. 그들은 지난 10년간 학교와 상담실에서 학생들의 ‘상처 난 자존감’에 주목, 최근에는 실제 초등생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초등 자존감의 힘’이라는 책을 함께 펴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초등 시기에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 성인기가 돼서도 인간관계나 사회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반면 같은 시기에 자존감이 잘 형성된 아이는 외부에서 시련이 닥쳐와도 버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 아이의 자존감은 왜 낮아졌을까
이들 부부가 말하는 자존감은 자아존재감과 자아존중감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부모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존감을 쌓아나간다. 지난 10년간 주로 초등 고학년 담임을 맡아온 김 교사는 “부모들은 흔히 존재감이 없거나 적은 아이는 말이 없고 소심할 것이라고 착각하지만, 전부 그렇진 않다”며 “교실 안에서 무표정으로 존재감 없이 앉아있는 아이와 큰 목소리로 말하고 과장행동을 하는 등 존재감이 일명 ‘쩌는’ 아이 모두 자존감이 낮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후자의 경우, 자신이 존재감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한다”며 “부모가 아이의 말과 행동을 유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의 자존감은 학업이나 대인관계 등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다. 성인기 자아상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박 상담가는 최근 무기력감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아온 명문대생들이 느는 점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게서 초등 시기에 겪은 자존감 문제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사례를 자주 접했다”며 “우수한 성적을 받아 명문대학에 진학한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낄 만한 경험이 누적돼 있지 않다면 자신이 성과를 내고도 스스로 믿지 못하거나 사회에 진출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성취와 자존감의 문제는 별개”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학생들의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사는 최근 부모가 양육자로서 아이를 대하는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영유아기에 해당하는 3, 4살짜리 아이에게 학습을 시키며 양육자가 아닌 학부모로서 아이를 판단해왔다”며 “가령, 학습하기에 아직 이른 아이가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부모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접할 때면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박 상담가는 ‘부모의 지나친 간섭’을 그 이유로 꼽았다. 그는 “엄마들의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서 자녀가 친구와 다퉜을 때도 엄마가 직접 개입해 관계 회복을 돕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고민하기도 전에 엄마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나중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이나 상태를 파악하는 일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자존감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사춘기, 마지막 자존감 회복기
초등 시기는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이 있는 동시에 회복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김 교사는 이 시기를 놓치지 않으려면 아이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처하더라도 한결같이 바라봐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예컨대, 학교나 학원에서 터무니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을 때, 친구들 사이에서 수치스런 일을 당했을 때 등 아이가 자신을 초라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부모가 질타하거나 훈육을 하면 아이는 무의식 속에 부끄러움으로 각인한다”며 “비록 아이가 실수하거나 잘못을 했더라도 한결같이 자신을 바라봐주는 부모가 있다면 자아존중감을 올바르게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아이에게 칭찬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사실적인 내용만을 반영하는 것이 좋다. 박 상담가는 “과도한 칭찬은 오히려 자아상을 팽창시켜 스스로 객관화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등 여러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사춘기를 겪는 초등 고학년 때가 마지막 자존감 회복기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규율이나 규칙을 의심하고 부정하며 자신이 주체적으로 새롭게 정립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사춘기 자녀는 흔히 부모의 실수나 잘못을 발견하고 이를 꼬집는다. 이때 부모는 합리화하거나 방어하려고 하기보단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상담가 역시 사춘기를 겪는 딸이 자존감을 충분히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어느 날 딸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럽게 제 단점을 지적하더군요. 그때 제 단점으로 인해 딸이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까지 모두 털어놓게 했어요.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이 어느 정도 수준이든 허용해주는 거죠.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 엄마는 인정한다’고 답해줬어요. 그날 저녁, 세 식구가 모인 식사 자리에서 딸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사실을 한 번 더 인정해줬죠. 아이에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솟을 수 있음을 인정해주되, 이를 잘못된 행위로 옮겼을 경우에만 제지해요. 이를 통해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 부모로부터 받아들여지고 지지받고 있단 걸 깨달을 수 있어요. 이와 비슷한 경험이 여러 번 쌓이면 자녀의 자존감 회복에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들 부부는 무엇보다도 부모가 자신의 욕망을 반영한 기준으로 아이를 판단하려고 하진 않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내 아이를 바라볼 때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아이의 자존감을 어떻게 세워줄지 여러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부모가 자각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제일 중요한 이유죠. 저희 부부도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내면의 욕구와 욕망을 스스로 직시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모의 자각이야말로 아이의 자존감을 세워주기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죠.”